-
크몽 외주로 별점 5점 리뷰 받고 접었습니다외주개발 2026. 8. 6. 08:16
크몽과 숨고에서 받은 리뷰가 28건입니다. 전부 별점 5점이에요.
그런데 크몽 외주를 접었습니다. 일이 안 돼서가 아니었어요.
프리랜서가 된 이유는 자유가 아니었습니다
크몽 외주를 시작한 개발자들 이야기를 보면 대개 비슷합니다. 회사가 답답해서,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고 싶어서, 더 벌고 싶어서.
저는 아니었어요. 남을 데가 없어서였습니다.
졸업하고 개발자로 취직했고, 그다음부터는 같은 일이 반복됐어요. 일은 했습니다. 코드는 나왔고요. 그런데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회의에서 오간 말의 절반을 저는 다르게 알아들었고, 다르게 알아들었다는 걸 몇 주 뒤에야 알았어요.
그렇게 몇 달, 길어야 한두 해를 버티고 나오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어딘가에 정착한다는 게 저한테는 끝내 안 되는 일이었어요.
외주는 그래서 온 겁니다. 좋아서 고른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이 하나씩 닫히다가 마지막에 남은 길이었어요.
마지막 회사에서 있었던 일
회사는 분당이었고 집은 수원이었습니다. 고객사는 나주에 있었어요. 저는 그 프로젝트의 기술 담당이었고, 주 담당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주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라는 말을 들었어요.
가본 적 없는 도시였습니다. 아침에 출발해 밤에 돌아오는 일정을, 여자 혼자, 처음 가는 곳으로. 못 가겠다고 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주 담당도 아니라고 했고요. 무섭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회사에서 통하는 언어가 아니라는 걸 그때쯤엔 알고 있었거든요.
돌아온 건 조율이 아니라 통보였습니다. 가라고 했어요.
그때 저는 이미 몇 달째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었습니다. 돈을 안 주는 회사의 일을 계속 해주고 있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설명이 안 됩니다. 하던 일을 중간에 못 놓는 사람이라, 그 정도 말고는요.
그래서 그만뒀습니다. 월급이 밀렸을 때가 아니라, 나주에 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요.
지금 보면 순서가 이상하죠. 돈을 안 줘도 다녔으면서 하루 외근 지시에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하루가 저한테 어떤 하루인지, 그 회사에서는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묻지 않는다는 것이 답이었어요.
크몽 외주에서 진짜 힘들었던 것
그래서 크몽 외주로 갔습니다. 그리고 별점 5점 리뷰를 28개 받았어요. 일 자체는 잘 굴러갔습니다.
지치게 한 건 일 이전의 일이었어요.
알림이 뜨면 문의였고, 문의는 거의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대충 얼마인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러면 저는 같은 절차를 반복했어요. 요구사항을 묻고, 애매한 답을 받고, 다시 묻고, 범위를 좁히고, 견적을 내고, "생각보다 비싸네요"를 듣고, 범위를 다시 조정하고.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며칠이 녹았습니다. 그리고 그 며칠은 돈이 안 됐어요. 계약이 안 되면 그 대화 전체가 무급 노동이었습니다.
제일 지치는 건 어려운 질문이 아니라 쉬운 질문이었어요. 어려운 질문에는 머리가 켜집니다. "대충 얼마예요?"에는 아무것도 안 켜져요. 그런데도 답은 해야 하고, 답을 하려면 또 물어야 하고. 켜지지 않은 머리로 그 절차를 굴리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거기에 "통화 가능하실까요?"가 붙으면 하루가 통째로 무거워졌어요. 아직 오지 않은 십 분 때문에 오후 전체를 못 쓰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다섯 달
회사를 나온 지 다섯 달째였습니다. 통장은 줄고 있었어요.
채용 공고를 띄워놓고 지원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창을 닫는 날이 늘었습니다. 무서웠던 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붙는 거였어요. 붙어서 또 들어가고, 또 같은 방식으로 몇 달 뒤에 나오게 되는 것. 그 반복을 한 번 더 하는 게 무섭다는 걸 인정하는 데 그 다섯 달이 다 들었습니다.
결심한 순간 같은 건 없었어요.
어느 날 채용 공고 창을 닫고 대신 에디터를 열었습니다. 견적 폼을 하나 만들어봤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만든 게 아니라, 지원 버튼을 못 누르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서 만들었어요.
크몽 흔적은 안 지웠습니다
지금도 제 사이트에 크몽 기그 링크가 걸려 있고, 크몽·숨고에서 받은 리뷰 28건이 원문 그대로 실려 있어요. 지울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크몽 외주는 훈련소였습니다. 거기서 제가 제일 못 가졌던 것 — 매번 맨몸으로 만들어내야 했던 것이 지금 제품의 기능이 됐어요. 요구사항 청취는 문답 폼이 하고, 가격은 실거래 데이터가 정하고, 계약과 청구는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크몽 시절에 겪은 고통이 그대로 스펙이 된 셈이에요.
크몽 외주를 시작하려는 분께
접었다고 말리는 건 아닙니다. 저한테 크몽은 남은 유일한 길이었고, 실제로 거기서 배웠어요.
다만 하나는 미리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발 실력이 아니라 개발 이전의 절차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견적 문의에 답하는 시간, 범위를 조정하는 시간, 계약 없이 시작했다가 늘어난 일을 감당하는 시간. 그게 코드 짜는 시간보다 길어지는 날이 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줄일지를 처음부터 설계해두세요. 저는 그걸 3년 늦게 깨달았습니다.
'외주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브 코딩 명령 1,269개 중 15개 중 1개가 "다시 해" (0) 2026.08.03 클로드 AI 3개월, 외주 견적을 3배로 부르던 습관 (0) 2026.07.30 엑셀 재고관리, 프로그램으로 바꾸면 얼마나 들까 (견적 내는 입장에서) (0) 2026.07.12 1: 소프트웨어 외주 개발 비용, 얼마가 적정할까? 2025년 기준 총정리 (0) 2026.02.17 2: 업무자동화(RPA) 외주, 도입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0)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