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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드 AI 3개월, 외주 견적을 3배로 부르던 습관이 사라졌어요
    외주개발 2026. 7. 30. 12:58

    외주 견적을 낼 때 저는 항상 3배를 불렀어요. 3일이면 될 일을 9일이라고 했습니다.

    정직하지 못해서가 아니었어요. 제 시간 감각을 제가 못 믿어서였습니다. 3일 걸릴 것 같던 게 8시간에 끝나기도 하고, 2주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 편차를 제가 예측을 못 하니까 그냥 3배를 불렀어요.

    보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공포에 이자를 붙여서 판 거였어요.

    3배 견적으로는 아무도 이득을 못 봐요

    9일치 견적을 받은 사람은 비싸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저는 3일 만에 끝내놓고 켕겨요. 양쪽 다 손해였어요.

    문제는 견적 자체가 아니라, 견적을 낼 때마다 제가 저를 판단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이번엔 얼마나 걸릴까. 이 사람한테 얼마를 부르는 게 맞을까. 그 판단을 매번 새로 하니까 매번 결과가 달랐어요.

    그래서 클로드를 처음 붙인 자리도 코딩이 아니었습니다. 견적서였어요.

    3개월 쓰고 남은 것 네 가지

    1) 견적서 자동 작성. 고객이랑 나눈 대화를 통째로 붙여넣으면 폴더를 만들어서 원문을 저장하고, 쓰던 양식 그대로 워드 견적서를 뽑습니다. 계약서랑 청구서 양식도 같이 넣어놨어요. 도장 배경까지 맞춰야 해서 처음 세팅에 반나절 걸렸는데, 그 뒤로는 대화 붙여넣고 끝이에요.

    2) 문서 5,135건 마이그레이션. 제조업 고객사의 옛날 사내 인트라넷을 웹에서 다시 볼 수 있게 옮기는 일이었어요. 문서 5,135건에 첨부파일 6만 3천 개. 이걸 사람 손으로 하면 몇 주짜리인데, 크롤러 짜고 돌리고 깨진 이미지 잡는 것까지 클로드로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294건이 실패해서 성공률은 94%였어요. 실패한 건 깨진 이미지 자리에 안내용 그림을 넣어서 처리했습니다.

    3) iOS 앱 심사 통과. 정리수납 업체 앱을 만들면서 애플 개발자 인증서 발급, 프로비저닝 프로파일, AdHoc 배포까지 다 물어보면서 했어요. 저는 iOS가 주력이 아니거든요. 사장님이 컴맹이라 설치 링크 대신 파일로 드려야 했는데, 그 방법도 여기서 찾았습니다.

    4) 회의 영상 정리. 멘토링 영상을 음성 인식으로 텍스트화하고 화자를 분리해서, 멘토가 한 말만 뽑아 사업계획서 재료로 만들어놨어요. 정부 지원사업 신청서 초안도 이 자료로 씁니다.

    버린 것도 적어둘게요

    캔바 연동. 이미지 만들어서 텍스트 얹으려고 붙였는데 연결 자체가 안 됐어요. 결국 손으로 했습니다.

    고장 난 윈도우 데스크톱 복구. 부팅 USB 만들어서 2주 넘게 붙잡았는데 못 살렸어요. 볼륨이 안 잡히고 입출력 오류가 나는 건 물리적인 문제라, 화면 밖의 일은 AI가 못 봅니다. 여기서 시간을 제일 많이 버렸어요.

    "다 했어?"를 안 물어봐도 되는 상태. 이건 아직 못 얻었습니다. 다 했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안 눌러본 경우가 있어서, 저는 지금도 "실제로 눌러봤어? 진짜 뜨는지 확인했어?"를 매번 물어봐요. 명령이 API 오류로 그냥 씹히는 것도 두 번에 한 번꼴로 있고요.

    그러니까 감시를 안 해도 되는 도구는 아직 아니에요. 감시할 가치가 있는 도구인 거죠.

    결국 견적을 저한테서 떼어냈어요

    3개월 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요. 제가 제일 못하는 건 코딩이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판단이라는 것.

    그래서 견적 내는 일을 아예 제 손에서 떼어냈습니다. 가격이랑 범위를 전부 공개해놓은 정찰제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제 말솜씨나 그날 컨디션에 따라 견적이 흔들리지 않게요.

    예전 회사에서 잘릴 때 이런 말을 들었어요. "앞으로 개발자 안 뽑을 거예요. 그런 도구 쓰면 되니까, 월 2만원이면 돼요." 그때는 그 말이 제 자리를 빼앗는 말로 들렸는데, 지금은 그 도구를 제가 쓰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한다면 이 순서로

    1. 코딩 말고 제일 하기 싫은 반복 문서부터 붙이세요. 견적서, 보고서, 회의록. 성과가 바로 보여서 습관이 붙어요.
    2. 쓰던 양식을 먼저 주세요. 빈 상태에서 만들라고 하면 매번 다르게 나옵니다. 기존 파일을 주면 그대로 맞춰줘요.
    3. 결과를 반드시 직접 열어보세요. "했다"는 말과 "됐다"는 다릅니다.
    4. 물리적인 문제는 기대하지 마세요. 화면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못 봅니다.

    AI가 제 일을 대신해준 게 아니에요. 제가 제일 못하는 판단 하나를 제 손에서 떼어내 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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