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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개발자, 회의 갑분싸 만들기 (안만들기)adhd개발자이야기 2026. 8. 27. 09:20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아무것도 안 남아 있는 날이 있다
ADHD 개발자로 십 년 넘게 일하면서 이게 제일 자주 걸렸다. 한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뭘 정했는지 모르겠는 거다
ADHD 개발자한테 회의가 어려운 이유가 두 개 있는데, 서로 반대 방향이다
듣고 있는데 안 들어온다
집중을 안 한 게 아니다. 집중하려고 애쓰는 중에 딴 게 계속 들어온다

회의 중에 주의가 흩어지는 경로 하나하나는 작은데 합치면 회의 절반이 날아간다
옆 사람 노트북 소리, 창밖, 아까 하던 코드에서 못 고친 부분. 이런 게 계속 끼어든다
그리고 한 번 끊기면 되돌아가기가 어렵다. 다시 붙었을 땐 이미 다른 얘기를 하고 있고, 앞을 못 들어서 맥락이 안 맞는다
이건 개방형 사무실 얘기랑 같은 뿌리다. 배경으로 물러나야 할 게 안 물러난다
그런데 말하면 또 문제였다
반대쪽 문제가 이거다
틀린 말이 오가는 걸 못 견딘다. 회의에서 "엑셀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서 사람을 굳게 만든 적이 있다

회의에서 참을 때와 말할 때 각각 생기는 문제 둘 다 손해였다
내용은 맞았다. 근데 그 자리에서 그 말이 필요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참으면 놓치고 말하면 관계가 상한다. 오래 이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음
회의록을 내가 쓰기 시작했다
바꾼 건 하나다. 회의록 담당을 자원했다

회의록을 직접 쓰면서 달라진 것 손이 바쁘면 딴 데로 안 샌다
받아 적으려면 계속 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딴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줄었다. 집중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손을 쓰는 쪽이 잘 먹혔다
부수 효과도 있었다. 회의 끝나면 남는 게 생겼다. 예전엔 기억에 의존했는데 그 기억이 원래 안 남는 사람이었으니까
말하는 것도 규칙을 만들었다
즉시 반박하는 걸 멈췄다. 대신 적어뒀다가 나중에 꺼낸다

회의에서 즉시 말하지 않고 미루는 규칙 하루 지나면 절반은 안 꺼내도 되는 얘기였다
적어두면 두 가지가 생긴다. 그 자리에서 안 터뜨리니까 분위기가 안 굳고, 하루 지나서 보면 꼭 말해야 할 것만 남는다
남은 걸 문서로 정리해서 보내면 오히려 잘 받아들여졌다. 말로 던질 때와 반응이 달랐음
지금은 회의를 거의 안 한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회의 자체가 줄었다. 이게 제일 큰 변화다

회의를 문서와 폼으로 대체한 구조 대부분은 회의 없이 끝난다
문의는 폼으로 받는다. 답을 고르면 그게 그대로 요구사항이 되니까 통화할 일이 줄었다
견적도 마찬가지다. 값을 미리 공개해두면 "얼마예요" 통화가 없어진다

통화 대신 폼으로 요구사항을 받는 화면 예전엔 이걸 통화로 했다
회의를 잘하게 된 게 아니라 회의가 필요 없는 구조로 옮긴 거다
회의를 해야 한다면
내 경험 기준으로만 적는다

회의를 견디기 위해 쓰는 방법 셋 다 특별한 게 아니다
받아 적으면 집중이 붙는다. 안건을 미리 받으면 어디쯤인지 놓쳐도 따라갈 수 있다. 반박은 하루 미루면 대부분 안 해도 된다
먼저 밝혀둘 게 있다. 나는 의사가 아니고 이건 내 경험이다
정리하면
ADHD 개발자한테 회의는 두 방향으로 어렵다. 참으면 못 듣고 말하면 상한다
나는 그 사이를 조절하는 걸 포기하고 손을 바쁘게 하는 쪽으로 갔다. 받아 적고, 하고 싶은 말은 적어뒀다가 나중에 꺼내고
진단받고 바꾼 게 습관이 아니라 구조였다고 전에 적었는데, 회의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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