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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개발자로 5일치를 하루에 끝낸 대가 (negative)adhd개발자이야기 2026. 8. 29. 09:24
잘 되는 날이 있다. 앉으면 여덟 시간이 그냥 간다
ADHD 개발자로 일하면서 이런 날에 5일치를 끝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걸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ADHD 개발자한테 진짜 문제는 그날이 아니다. 그다음 날이다
몰아친 다음에 오는 것
다음 날 앉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집중해서 몰아친 다음 날에 나타나는 것들 게을러진 게 아니다. 쓸 게 남아 있지 않은 거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어제 짠 코드를 열어도 뭘 하려던 건지 다시 읽어야 한다
의욕 문제가 아니다. 하려고 앉아 있는데 안 되는 거다. 이게 하루로 끝나면 다행이고 며칠 가기도 한다

몰아친 날과 바닥난 날의 산출량 차이 앉아 있는 시간은 같은데 나오는 게 다르다
회사에선 이걸 숨겼다
몰아친 날을 안 알린 이유가 있었다. 다음에도 그 속도를 요구받을까 봐

회사에서 속도를 숨겨야 했던 이유 평균이 아니라 최고치가 기준이 될까 봐
그래서 5일짜리를 하루에 끝내놓고 나머지 나흘을 천천히 갔다. 밖에서 보면 그냥 5일 걸린 일이었고
그 얘기는 따로 적었다. 그때는 이게 요령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바닥나는 날을 그 나흘로 덮고 있었던 거다
문제는 이걸 계획에 못 넣는다는 것
언제 몰아칠 수 있는지를 내가 못 고른다

집중이 되는 날을 예측할 수 없는 구조 조건을 맞춰도 안 될 때가 있다
잠을 잘 잤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일이라고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안 중요한 일에 꽂히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 주에 이거 끝낼게요"가 어렵다. 다음 주의 내가 어느 쪽인지 모르니까
이게 며칠 걸리냐는 질문에 답을 못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평균으로 잡는다
지금은 최고치로 약속하지 않는다

최고치가 아니라 평균으로 일정을 잡는 방식 몰아친 날은 버는 날이지 기준이 되는 날이 아니다
일정은 안 되는 날을 포함해서 잡는다. 몰아친 날은 앞당겨진 거고, 그게 기준이 되면 다음번에 못 지킨다
견적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감으로 3배를 불렀는데 지금은 과거 실거래 분포에서 범위가 나온다. 내 그날 컨디션이 개입할 자리를 없앤 거다

감이 아니라 항목별로 산출한 견적서 몰아친 날의 나로 견적을 내면 안 된다
바닥나는 날에 하는 일
아예 안 하는 게 아니라 종류를 바꾼다

집중이 안 되는 날에 돌리는 작업들 머리를 안 쓰는 일을 그날로 미뤄둔다
새 기능을 짜는 건 못 한다. 대신 정리하거나 문서 쓰거나 밀린 답장을 한다
그래서 그런 일을 평소에 안 치우고 남겨둔다. 바닥난 날에 할 게 있어야 하니까
이게 요령처럼 들리는데, 사실은 안 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걸 인정한 것에 가깝다
먼저 밝혀둘 게 있다. 나는 의사가 아니고 이건 내 경험이다
정리하면
ADHD 개발자로 잘 되는 날은 진짜 잘 된다. 그런데 그게 공짜가 아니다
몰아친 다음엔 바닥나는 날이 오고, 그날은 계획에 없다
나는 그걸 없애려고 오래 애썼는데 안 됐다. 대신 평균으로 약속하고, 바닥난 날에 할 일을 남겨두는 쪽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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