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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전공 적성 나는 술 마시고 본 시험에서 찾았다대학 입시 2026. 9. 23. 09:13
대학 전공 적성 얘기는 대개 "좋아하는 걸 찾아라"로 시작한다.
나는 관심이 하나도 없던 과목에서 찾았다. 수업을 거의 다 빼먹던 과목이다

다음에서 대학 전공 적성을 검색한 결과 졸업 때문에 듣는 과목이었다
프로그래밍 수업이었는데, 나한테는 학점 채우려고 듣는 여러 과목 중 하나였다
출석 대부분 건너뛰었다 과제 마감 직전에 겨우 냈다 교재 펴본 적이 없다 기대 F만 피하자흥미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본 적이 없었다
아래에 이런 걸 적었다
· 졸업 때문에 듣는 과목이었다
· 시험 전날에 술을 마셨다
· 교재를 펴고 나서 알았다
· 그래서 적성 검사로는 안 나온다
· 전공이 안 맞을 때도 순서가 있다
필요한 데로 내려가면 됨시험 전날에 술을 마셨다
중간고사 전날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밤새 공부할 때 나는 술자리에 있었다
새벽 다섯 시까지 마셨고, 다섯 시간 뒤에 시험장에 앉았다. 글자가 춤을 췄다
그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는 기억이 흐리다. 다만 그 뒤로 내가 한 일은 분명하다. 교재를 펼쳤다
교재를 펴고 나서 알았다
코드를 쓰는 게 퍼즐 푸는 것 같았다. 복잡한 걸 짧게 접었을 때 만족감이 있었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게 학점이 아니라 그 감각이었다. 있는 줄도 몰랐다
찾기 전 관심 없음 → 수업을 안 들음 → 재능이 있는지 모름 찾은 뒤 한번 붙어봄 → 재미가 붙음 → 계속하게 됨순서가 거꾸로였다. 좋아해서 파고든 게 아니라, 파고들고 나서 좋아졌다
그래서 적성 검사로는 안 나온다
진로 검사는 이미 아는 관심사를 묻는다. 안 해본 것에 대한 답은 없다
나한테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냐고 물었으면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해보기 전에는 데이터가 없다. 그 상태에서 고르면 이미 아는 것 중에서만 고르게 된다
전공이 안 맞을 때도 순서가 있다
물론 안 맞는 전공을 붙잡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전공이 안 맞아서 자퇴하고 반수까지 갔다
다만 "안 맞는다"는 판단을 언제 내리느냐는 다르다.
- 한 학기는 제대로 해보고 정한다. 안 듣고 내린 판단은 근거가 없다
- 과목 단위로 쪼개서 본다. 전공 전체가 아니라 어느 과목에서 막히는지
-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따로 적는다. 겹치는 데가 답일 때가 많다
- 바꾸는 비용을 먼저 계산한다. 자퇴는 등록금 반환 시점부터 걸린다
안 해본 것을 안 좋아한다고 적으면 그게 그대로 결론이 된다
정리하면
- 관심 없던 과목이 직업이 됐다. 수업도 거의 안 들었다
- 한 번 붙어보고 나서 재미가 붙었다. 순서가 거꾸로였다
- 적성 검사는 안 해본 걸 못 잡는다. 이미 아는 것 중에서만 고르게 된다
- 한 학기는 제대로 해보고 판단한다. 안 듣고 내린 결론은 근거가 없다
- 전공 전체가 아니라 과목 단위로 본다. 어디서 막히는지가 다르다
- 바꾸는 비용은 먼저 센다. 시점에 따라 금액이 갈린다
나는 술 마시고 본 시험 하나로 진로가 갈렸다. 그게 계획일 수는 없다. 다만 안 펴본 교재가 있으면 한 번은 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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