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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 잘하는 아이는 성인 ADHD가 안 걸러집니다
    adhd개발자이야기 2026. 8. 5. 11:27

    성인 ADHD 진단받기 전까지 나는 초등학교 때 전교 1등이었다.

    전교회장도 했고 서울시교육청 과학영재원을 3년 다녔음. 자사고도 갔다.

    근데 삼수를 햇다.

    경희대에 들어갔고, 진단은 그로부터도 한참 뒤였다. 스물다섯에.

    이 두 줄이 같은 사람 얘기라는 게 오래 이해가 안 됫음;;

    아 그리고 먼저 하나. 나는 의사가 아니고 이건 내 경험임. 이 글로 자가진단 하지 마세여(진짜로)

    성적이 알리바이가 됐다

    ADHD 하면 보통 산만하게 뛰어다니는 애를 떠올린다. 나는 그 그림에 하나도 안 맞았음.

    흔히 조용한 ADHD라고 부르는 쪽이었다. 앉아 잇었고, 시험 잘 봤고, 상 받아 왔거든.

    근데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좀 유리한 구석이 있다. 과목이 다양하고 활동이 자주 바뀜.

    새로운 거 좋아하는 뇌한테는 그게 지루할 틈이 없는 환경이다.

    한 가지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도, 초등학교 분량 앞에서는 그냥 "집중력 좋은 아이"로 보엿고

    그래서 아무도 이상하게 안 봤다. 선생님들한테 나는 문제 없는 애였음

    이게 진짜 무서운 부분이다.

    문제 행동이 없어서 안 걸러지는 게 아니라, 문제 행동이 성적에 가려져서 안 걸러진다.

    똑같이 산만한 애가 둘 잇는데 하나는 성적이 바닥이고 하나는 전교 1등이면, 상담실에 가는 건 앞의 애다.

    나는 뒤의 애엿고 그래서 이십 년을 그냥 지나갓음

    근데 교실에서는 계속 사고가 낫다

    선생님이 "이건 뭘까요?" 하면 나는 바로 답을 외쳤다.

    그게 진짜 질문이 아니라 설명으로 넘어가기 전에 던지는 말이라는 걸 몰랏음.

    교실이 조용해지고 선생님 표정이 굳는데 나는 왜 혼나는지를 몰랐다.

    답이 맞앗는데;;

    급식 시간에는 이런 것도 물어봤다. 왜 학생은 밥당번이 퍼주는데 선생님은 직접 담으시냐고.

    나는 그냥 궁금햇다.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본 거임

    그 자리에서 반성문 두 장 썼다.

    (지금도 그게 왜 반성문거리였는지 잘 모르겟음)

    근데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혼난 게 아니엇다.

    반성문에 뭘 써야 하는지를 몰랏던 거임

    잘못을 적으라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니까 쓸 게 없다.

    그래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만 반복해서 채웟다. 뭘 안 그러겠다는 건지도 모르면서

    의도랑 해석이 계속 어긋낫다. 나는 정보를 물은 건데 상대는 도전으로 받았음

    이게 몇 년씩 반복되면 사람이 좀 이상해진다.

    왜 나는 남들이 그냥 아는 걸 모를까

    왜 내 말은 항상 다르게 전달될까

    나중에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겻는데, 그게 도움이 안 됫다.

    뭘 걸러야 하는지를 모르니까 그냥 말수가 줄어들 뿐이었음

    성적표에는 이런 게 하나도 안 적힘

    거기 적히는 건 수우미양가랑 "성실하고 모범적임" 같은 문장이다.

    학년 올라갈수록 유리한 게 사라졋다

    중학교부터는 판이 달랐다. 사람 관계가 복잡해지고 암묵적인 규칙이 늘어남.

    초등학교에서 성적으로 가려졌던 게 그대로 드러낫다.

    공부도 마찬가지엿음. 범위가 넓어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하루 이틀 몰아쳐서 되는 게 아니다.

    여러 달에 걸쳐 계획을 세우고 그걸 유지해야 함

    나는 흥미 붙은 과목은 파고들고 아닌 과목은 손도 안 댔다. 편차가 미친듯이 커졌음

    삼수를 한 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엇다.

    재수 삼수를 하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임

    되는 날은 열두 시간을 하고 안 되는 날은 아무것도 못 햇다.

    그걸 의지 문제라고 생각햇음;; 이십 년 동안

    근데 이게 진짜 이상한 게, 안 되는 날에 억지로 앉아 있으면 시간만 가고 아무것도 안 들어온다.

    같은 페이지를 세 번 읽어도 방금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남

    그럼 나는 또 나를 탓햇다. 어제는 열두 시간 했으면서 오늘은 왜 이러냐고

    되는 날이 있으니까 안 되는 날이 전부 내 잘못처럼 보엿음

    이게 제일 오래 걸린 부분이다. 되는 날이 있다는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앗다

    상담사가 한 말

    진단받고 상담을 이어가면서 이런 말을 들었다.

    사회적 기술 수준이 세 살 정도라고.

    그때 내 나이가 스물일곱이엇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설명이 됫음

    인지 능력이랑 사회적 이해가 같은 속도로 자라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성적이 좋다고 눈치가 같이 좋아지는 게 아니엇음

    근데 문제는 학교도 회사도 그 둘을 같은 사람 안에서 같이 기대한다는 거다

    일 잘하면 눈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반대로 눈치가 없으면 일도 못할 거라고 보고

    둘이 따로 논다는 걸 아무도 전제하지 않음

    나는 그 사이에 껴 있엇고, 그래서 "쟤 왜 저래"를 이십 년 들엇다

    늦게 안 게 손해만은 아니엇다 ㅜㅜ

    성인 ADHD를 늦게 알아서 잃은 게 잇다. 잘린 회사가 있고 끊긴 관계가 잇음

    그건 되돌릴 수 없다.

    다만 늦게 안 덕분에 확실해진 것도 잇어

    나는 나를 고쳐보려고 이십 년 넘게 시도한 사람임

    그게 안 된다는 걸 아주 확실하게 안다;;

    그래서 진단받고 나서 나를 바꾸는 데 시간을 안 썼다

    대신 내가 매번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짜는 쪽으로 갔음

    견적을 매번 다르게 부르던 걸 정찰제로 고정한 것도 그거고

    기억에 의존하던 걸 전부 파일로 옮긴 것도 같은 이유임

    (이거 은근 효과 큼 ㅎ)

    핵심은 내 컨디션이 결과에 영향을 안 주게 만드는 거다.

    되는 날에 몰아서 만들어놓고, 안 되는 날엔 그걸 그냥 꺼내 쓰는 식

    의지로 버티는 구조를 다 걷어냇음

    나를 고치는 건 이십 년 해봤고 안 됫다. 근데 구조는 하루면 바꾼다

    성적으로 넘기지 마세여

    지금 자녀가 성적이 좋아서 별문제 없어 보이는데 자꾸 이상한 데서 부딪힌다면

    성적을 근거로 넘기지 않으셧으면 좋겟다.

    나한테는 그 성적이 이십 년짜리 알리바이였음

    ADHD 얘기를 여기저기 적어놨는데 진단 쪽은 이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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