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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 검사받아봐"를 두 번 듣고도 넘겼습니다
    adhd개발자이야기 2026. 8. 11. 08:48

    성인 ADHD 검사를 받기 전에, 저는 같은 말을 두 번 들었습니다. 두 번 다 그냥 넘겼어요.

    먼저 밝혀둘게요. 저는 의사가 아니고 이건 제 개인 경험입니다. 이 글로 자가진단하지 마세요. 짚이는 게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평가받으시는 게 맞습니다.

    첫 번째는 재수 기숙학원 단짝이었어요

    같이 재수하던 친구가 어느 날 검사를 받고 왔습니다. 그러고는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야, 우리 맨날 공감하던 거. 우리가 비슷한 게 아니라 ADHD 증상이래. 너도 검사받아봐."

    저는 그냥 넘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정확했어요. 우리가 서로 "야 나도 그래"라고 하던 것들이 성격이 잘 맞아서가 아니었던 거죠. 같은 증상을 공유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게 안 들렸어요.

    두 번째는 대학 친구였습니다

    몇 년 뒤 대학에서 만난 친구가 같은 말을 했어요. 자기가 ADHD인데, 저도 그런 것 같다고. 검사 한번 받아보라고요.

    또 넘겼습니다.

    돌아보면 이상해요. ADHD인 사람 둘이 각각 저를 알아봤는데, 정작 저만 몰랐습니다.

    이건 흔한 일이더라고요. 당사자끼리는 서로를 잘 알아봅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화가 튀고, 같은 지점에서 지치고, 같은 걸 못 견디니까요. 그런데 본인은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비교할 기준이 없어서 모릅니다.

    왜 두 번이나 넘겼냐면

    저는 제가 그 그림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ADHD 하면 산만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떠올리잖아요. 저는 앉아 있었고, 시험을 잘 봤고, 전교회장도 했고, 대학도 갔습니다. 회사도 다니고 있었고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라고 하면 그냥 성격 문제로 남는데, 맞다고 하면 뭔가를 인정해야 하니까요.

    결국 병원에 간 건 다른 이유였습니다

    첫 취업을 하고 나서 회사생활에서 문제가 계속 생겼어요. 사람 관계가 계속 어긋났고,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정신과에 갔어요. ADHD가 아니라 우울증 때문에요.

    이것도 흔한 경로입니다. ADHD를 의심해서 병원에 가는 사람보다, 우울이나 불안이나 번아웃으로 갔다가 발견되는 사람이 많아요. 앞의 것들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 있다는 걸 본인은 잘 모르거든요.

    거기서 제가 먼저 요청했어요

    진료를 받다가 문득 전에 두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말했어요. ADHD 검사도 받아보고 싶다고요.

    그렇게 받은 검사에서 성인 ADHD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 두 친구가 몇 년 전에 이미 말해준 것을요.

    검사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았고, 자가보고 설문과 상담, 몇 가지 검사를 함께 진행했어요. 어릴 때 어땠는지도 묻습니다. ADHD는 성인이 되어 생기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있던 특성이 이어지는 거라, 과거를 확인하거든요.

    인터넷 자가진단표와는 다릅니다. 자가진단표는 병원에 갈지 정하는 데는 쓸모가 있지만 그걸로 결론을 내리면 안 돼요.

    약은 한 번에 안 맞았어요

    이 부분을 꼭 적고 싶었습니다. 약이 처음부터 딱 맞는 경우는 드뭅니다.

    처음 받은 약은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안개가 걷히는 듯한 명료함. 몇 시간 걸리던 일을 짧은 시간에 해내는 집중력.

    그런데 부작용이 왔습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밤에 잠들기 어렵고, 입안이 바짝 말랐어요.

    그래서 다른 계열로 바꿨고, 나중엔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을 옮기고 나서 또 조합이 달라졌어요. 여러 조합이 몸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첫 약이 안 맞았다고 "나는 약이 안 듣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지 마세요. 저도 그럴 뻔했습니다.

    약 이름은 일부러 자세히 안 적었어요. 어떤 약이 맞는지는 의사가 판단할 일이지 글로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약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감정 기복이 줄고 집중력이 나아진 건 약만의 결과가 아니었어요. 규칙적인 생활,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같이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하는 구조를 바꾼 게 컸어요. 저를 고치려던 시도는 이십 년 넘게 실패했는데, 제가 매번 판단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건 됐거든요.

    약은 안개를 걷어줍니다. 안개가 걷힌 자리에 뭘 세울지는 다른 문제예요.

    지금 같은 말을 듣고 계신다면

    누가 "너 ADHD 아니야?"라고 했는데 넘기고 계시다면, 제 경우를 참고만 해주세요.

    • 두 번 들었으면 한 번쯤 확인해볼 만합니다. 아니면 아닌 걸로 끝나니까요.
    • 자가진단표는 참고용입니다. 병원에 갈지 정하는 데만 쓰세요.
    • 다른 증상으로 이미 병원에 다니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셔도 됩니다. 저도 그렇게 했어요.
    • 첫 약이 안 맞아도 그게 끝이 아닙니다.
    • 진단은 설명이지 면죄부가 아니에요. 알고 나서 뭘 바꿀지가 진짜 시작입니다.

    저는 두 번 듣고도 몇 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 사이에 잃은 게 있고 그건 안 돌아와요.

    다만 알고 난 뒤로는 저를 탓하는 데 쓰던 힘을 다른 데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갈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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