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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대신 월 2만원 툴 쓰면 돼요"라던 팀장이 옳았습니다외주개발 2026. 8. 14. 08:23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느냐는 질문을 요즘 자주 봅니다. 저는 그 질문의 실물을 몇 년 전에 먼저 맞았어요.
회사를 나올 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개발자 안 뽑을 거예요. 에어테이블 같은 거 쓰면 되니까, 월 2만원이면 돼요."
그 자리에서 반박하지 못했어요. 억울해서가 아니라 계산 자체는 틀린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이 틀렸다면 그냥 상처받고 끝났을 겁니다
문제는 그 말이 맞았다는 데 있었어요.
반복되는 일은 자동화되는 게 맞습니다. 예측 가능한 일에 예측 불가능한 사람 비용을 계속 태우는 건 회사 입장에서 비합리예요.
사람은 비싸고, 느리고, 설명을 요구합니다. 툴은 싸고, 빠르고, 군말이 없어요. 그러니 사람을 빼고 툴을 넣는다. 저를 자른 논리는 감정이 아니라 산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팀장은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 판단만큼은 방향이 맞았습니다. 지금 AI 도구들이 하는 걸 보면 더 그래요.
그래서 산수를 뒤집었습니다
한동안은 그 말이 제 자리를 빼앗는 말로만 들렸어요.
그러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사람 대신 자동화"가 정답이라면, 자동화당하는 자리에 서 있을 게 아니라 자동화를 파는 자리에 서면 되는 거 아닌가.
그 툴에게 밀려난 사람이, 정작 그 툴은 못 하는 일을 파는 것. 요구사항을 듣고, 견적을 내고, 계약하고, 만들어서 납품하는 일을 자동화된 한 흐름으로 파는 것.
지금 제가 하는 게 그겁니다.
AI 툴이 못 하는 일이 남습니다
월 2만원짜리 도구는 강력합니다. 그런데 그 도구를 쓰려면 누군가는 이걸 해야 해요.
- 뭘 만들어야 하는지 정하는 것. 고객은 대개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하지 못합니다. "간단한 앱 하나"라고 하는데 들어보면 간단한 적이 없어요.
- 범위를 자르는 것. 다 넣으면 비싸고, 덜 넣으면 안 돌아갑니다. 어디서 자를지가 판단이에요.
- 틀렸을 때 알아채는 것. AI가 만든 게 도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걸 잡아내려면 봐야 해요.
- 책임지는 것. 문제가 생겼을 때 툴은 사과하지 않습니다.
AI가 개발을 대체한 게 아니라, 개발자가 하는 일의 무게중심을 옮겼습니다. 코드를 쓰는 시간에서, 그게 진짜 되는지 확인해서 넘기는 시간으로요.
그럼 지금 개발을 배우는 게 의미가 있나
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 답은 배우는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쪽이에요.
- 문법을 외우는 건 값이 떨어졌습니다. AI가 더 빨리 씁니다.
- 읽고 판단하는 능력은 값이 올랐어요. AI가 짜준 걸 보고 이게 맞는지 아는 게 실력입니다.
-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능력이 제일 올랐습니다. 이건 AI가 대신 못 해요. 고객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니까요.
- 돌아가는 걸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해졌습니다. "됐다"는 답과 "된다"는 다릅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AI로 개발합니다. 그런데 명령 1,269개 중 81개가 "다 했어?" 아니면 "다시 해"였어요. 그 81개를 던질 수 있는 게 지금 개발자가 파는 것입니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냐고 물으면
저는 반쯤 그렇다고 답합니다.
"시키는 대로 만드는 사람"은 대체됩니다. 그건 이미 진행 중이에요. 그 팀장이 옳았던 부분이 이겁니다.
대체되지 않는 건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그게 맞는지 확인하고,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건 연차나 기술 스택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제가 자동화당하는 쪽에 서 있었던 건 제 일이 반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동화를 파는 쪽에 있는 건 제가 반복을 시스템 밖으로 밀어냈기 때문이고요. 같은 사람이고 같은 기술인데 자리가 다릅니다.
그때 제가 했어야 할 질문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반박했어야 하는 건 "AI가 개발자를 대체 못 한다"가 아니었어요. 그건 지금 봐도 틀린 반박입니다.
제가 했어야 할 말은 이거였습니다. "그 툴을 쓰려면 누군가는 뭘 만들지 정해야 하는데, 그 자리는 누가 앉나요?"
그때는 그 질문을 못 했어요. 그래서 잘렸고, 몇 년이 지나서야 그 질문의 답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월 2만원짜리 도구를 씁니다. 여러 개 씁니다. 다만 그 도구에 밀려나는 자리가 아니라, 그 도구로 남의 일을 대신 해주는 자리에 있어요.
밀려난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긴 겁니다. 몇 년 걸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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