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개발자이야기

ADHD 개발자가 회사 고를 때 보는 신호 3가지

손영은 2026. 8. 7. 09:12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나온 소견서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직장 내 상호작용이나 조직 적응 과정에서도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요.

전문가가 제 실패를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예보로 적어둔 문장이었습니다. 그 줄에서 한참 멈춰 있었어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조금 달랐어요. 제가 얼마나 나아지든, 저를 부수는 조직과 저를 굴러가게 하는 조직은 여전히 따로 있을 거라는 것. 그렇다면 고칠 것과 고를 것을 나눠야 합니다.

저는 수습에서 잘렸고, 프로젝트에서 제외됐고, 자율출퇴근제 회사에서 매일 아침 "어디야?"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런데 같은 뇌로 어떤 곳에서는 5일짜리 프로젝트를 8시간 만에 끝냈습니다.

뇌는 안 바뀌었어요. 바뀐 건 자리, 시간, 그리고 말이 다뤄지는 방식이었습니다.

ADHD 직장생활 신호 하나 — 자리

개방형 사무실은 저한테 여덟 시간짜리 감각 고문실이었습니다. 옆자리 키보드 소리, 등 뒤로 지나다니는 발소리, 누군가의 전화 통화, 형광등 아래 뒤섞이는 체취.

그걸 견디려고 모니터에 '시력 보호'를 명분으로 사생활 보호 필름을 붙였어요. 사원증을 빼면 어느 회사 사람인지 모르는 건물 옥상으로 도망쳐 10분씩 눈을 감았고요. 지금 보면 그건 근무가 아니라 잠수였습니다. 숨 참고 물속에서 일하다가, 옥상에서 잠깐 숨 쉬고, 다시 잠수하는 것.

마지막 직장의 1인실이 달랐던 이유는 특별한 복지여서가 아니에요. 그냥 문이 하나 있었을 뿐입니다. 그 문 하나가 외부 자극의 수도꼭지를 제 손에 쥐여줬고, 그때부터 저는 견디는 사람에서 일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회사를 볼 때 조직도보다 평면도가 궁금합니다. 면접에서 "사무실 구조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는 건 충분히 정당한 질문이었어요. 저는 그걸 물어볼 생각조차 못 하고 입사했다가, 첫 출근 날 탁 트인 책상 바다를 보고 가슴이 내려앉는 걸 반복했습니다.

1인실이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라면 차선은 원격 근무예요. 제 방은 태어날 때부터 1인실이니까요.

기준의 순서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채용 공고에서 연봉과 기술 스택을 먼저 읽었어요. 지금은 근무 형태를 먼저 봅니다. 개방형 사무실에서 저는 하루의 절반을 소리 견디는 데 썼고, 그 절반은 급여에 반영되지 않는데도 매일 나갔거든요. 문 하나가 그 절반을 돌려준다면 그건 복지가 아니라 임금입니다.

신호 둘 — 시간

"자율출퇴근제입니다." 계약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어요. 코어타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코어타임을 지키며 출근하던 어느 날, 오전 10시에 팀장의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야? 왜 아직 안 왔어?"

규정 위반은 없었어요. 위반된 건 규정에 안 적힌 기대였습니다. "아무리 자율출퇴근이라도 그렇지, 회사는 9시까지 오는 거야."

그때 알았어요. 이 회사에는 문서로 된 제도와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 두 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이 괴리는 ADHD 직장생활에서 특히 치명적입니다. 적혀 있지 않지만 모두가 아는 규칙을 읽어내는 것이 우리가 제일 못하는 일이거든요. 적힌 대로 행동하는 건 제일 잘하는 일인데, 적힌 게 거짓말이면 우리는 가장 성실하게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운영의 증거를 봅니다. "자율출퇴근제가 있나요?"는 쓸모없는 질문이었어요. 다들 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물었어야 했습니다.

"팀에서 가장 늦게 출근하는 분은 보통 몇 시에 오시나요?"

제도는 거짓말을 해도 사례는 거짓말을 못 합니다.

시간에 관한 신호가 하나 더 있어요. 과정을 보는 회사인가, 결과를 보는 회사인가. 저는 퇴근 시간을 일부러 늦게 기록했습니다. 야근 기록이 찍혀 있으면 사람들이 저를 바쁜 사람으로 여겼고, 그러면 안 건드렸거든요. 서글픈 연극이었죠.

앉아 있는 시간으로 평가받는 조직에서, 여덟 시간 몫을 두 시간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엔 방전되는 ADHD 뇌는 영원히 근태 불량입니다.

신호 셋 — 말

"엑셀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닙니다."

기술적으로 정확한 그 한 문장이 제 수습 기간을 끝냈어요. 팀장은 "고객사를 우러러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절반은 맞는 말이었어요. 상대의 도구 선택을 '멍청하다'고 표현한 건 사실 판단이 아니라 모욕이었고, 그건 어느 조직에서도 독입니다. 그 부분은 제 미숙함이 맞았고 수업료를 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조직의 선택이었어요. 어떤 조직은 "이 설계에는 문제가 있습니다"를 공격으로 듣습니다. 누가 말했는지, 몇 년 차가 말했는지가 내용보다 중요한 조직이요. 어떤 조직은 같은 문장을 데이터로 듣습니다. 맞으면 고치고, 틀리면 반박하고, 끝.

이걸 면접에서 구분하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제가 먼저 직설을 하나 던져보는 겁니다. 회사 기술 블로그에서 이상했던 점, 채용 공고에서 모순돼 보였던 부분을 정중하지만 정확하게 짚어보는 거죠.

면접관이 흥미로워하며 맞받아치면 살 만한 곳이고, 표정이 굳거나 화제를 돌리면 제가 수습을 못 넘길 곳입니다.

정직하게 적자면 저는 아직 이 방법을 면접에서 제대로 써본 적이 없어요. 몸으로 배운 원칙이지 몸으로 검증한 원칙은 아닙니다.

다만 가끔 되감아 봅니다. 저를 자른 그 팀장의 면접 자리로요. 그날 저는 묻는 말에만 답했고, "궁금한 점 있으세요?"에 없다고 했어요. 그때 하나만 던져봤다면 답은 두 갈래였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압니다. 그 자리에서는 후자였을 거예요. 몇 달 뒤 실제로 그 문장을 던졌을 때 돌아온 답이 "고객사를 우러러보지 않는다"였으니까요.

같은 정보인데 시점이 다르면, 그게 판결이 되기도 하고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보너스 — 비효율을 강요하는 곳

ERD를 파워포인트로 그리게 한 지시를 기억합니다. 전문 도구로 몇 시간이면 끝날 일을 사흘 동안 도형 정렬로 보내게 하고, 끝나자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라고 물었던 곳이요.

그때는 그 팀장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일부러 비효율을 강요하는 조직은 일의 결과가 아니라 복종의 과정을 사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조직에서 ADHD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부서집니다. 우리 뇌에는 "왜?"를 끄는 스위치가 없거든요. 이 방법이 명백히 나은데 왜 저걸 써야 하는가 — 이 질문을 삼키는 데 남들 몇 배의 에너지가 들고, 삼켜도 얼굴에 드러나고, 드러나면 태도 문제가 됩니다.

면접에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최근에 팀의 업무 방식이 구성원 제안으로 바뀐 사례가 있나요?"

구체적인 답이 나오는가, 침묵이 나오는가. 그게 답입니다.

어떤 회사는 그걸 뽑습니다

여기까지는 피하는 법이었어요. 그런데 피하는 것 이상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팔란티어가 신경다양성 펠로우십이라는 채용 트랙을 열었어요.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운영되고, 진단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신경다양인이라고 여기면 지원할 수 있고, 통과하면 코어팀으로 들어가는 경로가 열려요.

그 공고에서 찾는다고 명시한 특성이 뭐였냐면 — 통념 밖에서 사고하는 능력, 그리고 하이퍼포커스였습니다.

하이퍼포커스. 제가 야근 기록을 조작해가며 숨겼던 바로 그것. 통념 밖 사고. "엑셀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가 잘렸던 바로 그것.

한 조직이 결함으로 분류해 저를 밀어낸 특성의 목록과, 다른 조직이 채용 공고에 올린 특성의 목록이 겹치는 걸 봤을 때,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균형은 지킬게요. 팔란티어가 신경다양인의 낙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강도 높은 노동으로 유명한 회사고, 펠로우십 하나가 그 회사 문화를 증명하지도 않아요. 저는 그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가져가는 건 취업 정보가 아니라 관점입니다. 내 특성에는 고정된 값이 없다. 조직마다 다른 값이 매겨질 뿐이다.

그래서 저는

정직하게 적어둘 게 있어요. 이 신호들을 다 정리해놓고도 저는 한동안 어디에도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이력서 파일을 열었다가 그냥 닫는 날이 이어졌어요.

무서웠던 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붙는 거였습니다. 붙어서 석 달 뒤에 또 같은 자리로 돌아올까 봐요.

조직을 고르는 눈이 생겼다는 것과, 고를 조직이 실제로 앞에 있다는 건 다른 얘기였어요. 신호를 읽을 줄 알아도 목록에 남는 회사가 몇 개 안 되면 그건 지도가 아니라 막다른 길입니다.

그래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고를 판이 없으면 판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외주 마켓플레이스를 접고 직접 판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