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명령 1,269개를 세어봤더니 15개 중 1개가 "다시 해"였습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외주를 받으면 빨리 끝날 줄 알았어요. 실제로 코드는 빨리 나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빨리 끝나지는 않았어요.
이상해서 세어봤습니다. 제가 지난 몇 달간 AI에게 직접 친 명령이 1,269개였어요. 그중에 이런 게 몇 개인지 세봤습니다.
15개 중 1개는 "다 했어?" 아니면 "안 되는데"
- "다 했어?" / "다 됐어?" / "다했냐고" — 31개
- "안 돼" / "다시 해" / "왜 안 되지" — 46개
- "실제로 눌러봤어? 진짜 뜨는지 확인했어?" — 4개
합쳐서 81개. 전체의 6%, 그러니까 15개 중 1개꼴입니다.
이 81개에는 새로 만든 게 하나도 없어요. 전부 이미 시켰던 걸 다시 확인하거나, 됐다고 한 게 안 돼서 되돌리는 명령이었습니다.
줄어든 건 타이핑, 늘어난 건 확인
바이브 코딩을 하면 코드 쓰는 시간이 정말 줄어요. 반나절 걸릴 걸 30분에 받습니다. 문제는 그 30분 뒤예요.
받은 코드가 도는지 확인해야 하고, 돌긴 도는데 원하는 대로 도는지 또 확인해야 하고, 화면에서 실제로 눌러봐야 합니다. "다 했습니다"라는 답을 그대로 믿었다가 고객한테 넘긴 적이 한 번 있고, 그 뒤로는 매번 직접 열어봐요.
그러니까 시간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긴 겁니다. 만드는 쪽에서 검증하는 쪽으로요.
문제는 이 두 시간의 성격이 다르다는 거예요. 코딩은 몰입하면 됩니다. 검증은 집중이 계속 끊겨요. 시켜놓고 기다리고, 결과 보고, 틀린 데 짚어주고, 또 기다립니다. 저는 이 왔다 갔다가 코딩보다 훨씬 피곤했어요.
어디서 주로 깨지냐면
"됐다"와 "된다"가 다른 지점. 코드는 통과했는데 화면에서는 안 눌리는 경우요. 빌드가 성공했다는 말과 사용자가 쓸 수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대량 처리의 끄트머리. 문서 5,135건을 옮기는 작업에서 294건이 실패했어요. 94%는 성공한 건데, 남은 6%를 찾아내고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 앞의 94%보다 길었습니다.
환경에 걸린 문제. 외부 도구를 붙이려는데 연결 자체가 안 되거나, 하드웨어가 고장 난 경우예요. 화면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AI가 못 봅니다. 여기서 며칠씩 날렸어요.
그래서 견적을 이렇게 바꿨어요
저는 원래 견적을 3배로 불렀습니다. 3일이면 될 일을 9일이라고 했어요. (그 얘기는 여기 적어놨습니다)
바이브 코딩을 쓰면서 이 구조가 안 맞게 됐어요. 개발 자체는 정말 빨라졌는데, 검증에 드는 시간은 오히려 예측이 더 어려워졌거든요. 잘 풀리면 하루, 안 풀리면 나흘입니다.
그래서 견적을 두 덩어리로 쪼갰습니다.
만드는 값은 내렸어요. 실제로 빨라졌으니까요. 대신 검증하고 넘기는 값을 따로 세웠습니다. 테스트, 수정, 인수인계 문서까지요. 예전엔 이걸 "개발비"에 뭉뚱그려 숨겨놨었는데, 이제는 항목으로 꺼내서 보여줍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이게 낫더라고요. "왜 이만큼이죠?"에 답할 수 있게 됐거든요.
외주에 바이브 코딩 쓸 거면 이것만은
- "다 했다"는 답을 결과로 치지 마세요. 직접 열어보기 전까지는 안 끝난 겁니다. 이게 제일 비싼 교훈이었어요.
- 마지막 5%를 견적에 넣으세요. 대량 처리는 끝자락이 제일 오래 걸립니다.
- 검증 시간을 항목으로 빼서 보여주세요. 숨기면 나중에 본인이 손해 봅니다.
- 환경 문제는 기대하지 마세요. 붙는 도구와 안 붙는 도구가 갈립니다.
바이브 코딩은 개발자를 대체하지 않았어요. 개발자가 하는 일의 무게중심을 옮겼습니다. 이제 제가 파는 건 코드를 쓰는 시간이 아니라, 그게 진짜 되는지 확인해서 넘기는 시간이에요.